세계 최고의 투자자가 94세에 떠납니다. 60년간 세계 금융시장을 지배한 '오마하의 현인'은 어떤 유산을 남기고, 무엇을 경고했을까요? 버핏의 마지막 메시지와 그의 투자 철학을 깊이 살펴봅니다.
목차
- 버핏의 이색적인 은퇴 선언과 후계자
- 가치투자의 대명사: 버핏의 투자 철학
- 트럼프 정책에 대한 쓴소리: "무역은 무기가 되어선 안 된다"
- 투자자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조언: "15% 하락에 겁먹지 마라"
- 소박한 삶과 거대한 기부: 버핏의 진정한 유산
버핏의 이색적인 은퇴 선언과 후계자
2025년 5월 3일,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는 그 어느 때보다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94세의 워런 버핏이 60년 만에 CEO직에서 물러나겠다는 깜짝 발표를 한 것입니다.
"그레그가 연말에 회사의 CEO가 되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버핏의 이 짧은 말 한마디는 '미국 자본주의에서 가장 위대하고 가장 길었던 쇼'의 막이 내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표현처럼, 투자 역사상 전설적인 한 시대가 저물게 된 것입니다.
후임으로 지목된 그레그 에이블 부회장은 이미 2021년에 후계자로 지명된 바 있으며, 버크셔에서 25년간 일한 베테랑입니다. 에이블은 현재 에너지, 화학, 부동산, 소매 부문 등 버크셔의 비보험 사업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버핏은 은퇴 후에도 회사에 '남아 있을(hang around)' 것이지만, 최종 결정권은 에이블에게 넘어갈 것이라고 명확히 했습니다.
버핏은 "버크셔의 주식을 단 한 주도 팔지 않을 것"이라며 "그레그가 경영하는 버크셔가 내가 경영했을 때보다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후계자에 대한 확고한 신뢰의 표현이자, 버크셔의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보여주는 발언입니다.
가치투자의 대명사 버핏의 투자 철학
워런 버핏은 유년 시절부터 남다른 경제관념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평전 <스노볼>에 따르면, 친구들이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을 때 "지금 이 돈으로 영화를 보면 50년 후엔 몇 배가 손해인지 알아?"라며 계산기까지 꺼내 거절했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1센트도 신중하게 사용하는 검소함을 보였습니다.
버핏의 투자 철학 핵심은 '가치 투자'입니다. 기업의 적정 가치보다 낮은 가격의 주식을 매수해 장기 보유하는 방식으로 투자하여 막대한 부를 쌓았습니다. 그가 이끈 버크셔 해서웨이는 코카콜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의 주식을 장기 보유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1990년대 후반 벤처붐이 일며 기술주 주가가 치솟을 때, 버핏은 "수익성이나 성장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투자를 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그의 원칙을 고수하는 투자 철학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최근에는 10분기 연속 주식을 매도하며 방어적인 자세를 취해왔습니다. 버크셔는 지난해 1340억 달러 이상의 주식을 처분했는데, 주로 애플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주식을 매도했습니다. 이로 인해 버크셔의 현금 보유액은 2025년 3월 말 기준 3470억 달러로, 기록적인 수준으로 증가했습니다.
트럼프 정책에 대한 쓴소리 무역은 무기가 되어선 안 된다
버핏은 은퇴 발표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무역 정책을 겨냥해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습니다. 비록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무역이 무기가 돼선 안 된다. 무역과 관세는 전쟁 행위가 될 수 있다."
버핏은 전 세계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큰 실수"라고 명확히 말했습니다. 그는 보호주의 무역 정책이 미국에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75억 명의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데, 3억 명이 자신들이 잘했다고 떠드는 것은 옳지도, 현명하지도 않다."
버핏은 미국이 세계 다른 국가들과 무역을 해야 하며, 각국이 각자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 역시 1분기 실적 보고에서 관세와 기타 지정학적 사건들이 "상당한 불확실성"을 야기했다고 밝혔습니다.
투자자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조언 15% 하락에 겁먹지 마라
버핏은 최근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린 급격한 시장 변동성은 큰 문제가 아니라며, 투자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안심시켰습니다.
"지난 30~45일 동안 일어난 일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는 60년간 버크셔 주가가 반토막 났던 적이 세 번이나 있었지만, 그때에도 회사에 근본적인 문제는 없었다고 상기시켰습니다. 버핏은 다른 사람들이 재정적으로 두려워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밝히며, "만약 다음 주 버크셔 주가가 50% 떨어진다면, 나는 그것을 훌륭한 기회로 보고 전혀 걱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미국 주식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발표 후 크게 출렁였지만, 최근 S&P 500지수가 2004년 이래 최장 상승 행진을 기록하는 등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버핏은 이를 "극적인 '베어 마켓(약세장)'은 아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주식이 15% 정도 하락하는 것이 신경 쓰인다면, 투자 철학을 다시 세워야 한다. 세상은 당신에게 맞춰주지 않는다. 당신이 세상에 맞춰야 한다."
이 말은 버핏이 투자자들에게 남기는 마지막 조언이자, 그의 투자 철학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명언이 될 것입니다.
소박한 삶과 거대한 기부 버핏의 진정한 유산
워런 버핏은 '세계적인 갑부'란 수식어만큼이나 '오마하의 현인'이란 별칭으로 유명합니다. 그를 현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단순히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소박한 삶과 함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해왔기 때문입니다.
1958년 오마하에 구입한 주택에 지금도 살고 있으며, 맥도널드 햄버거와 코카콜라를 여전히 즐겨 먹는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진정한 위대함은 기부에서 빛을 발합니다.
2006년 기부 약속 이후 버핏은 580억 달러(약 81조원)가 넘는 돈을 사회에 환원했으며, 사후에는 남은 재산의 99%를 딸과 두 아들이 관리하는 자선 신탁에 기부할 계획입니다. 또한 '억만장자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거나 상속세 폐지를 반대하는 부자증세 지론으로도 많은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버핏의 은퇴는 단순히 한 기업인의 퇴장이 아닌, 한 시대의 마감을 의미합니다. 그가 남긴 투자 철학과 사회적 책임의 메시지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전 세계 투자자들과 기업인들에게 영감을 줄 것입니다.